Spotlight을 떠난 이유
macOS의 Spotlight은 많은 사람들이 맥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command + 스페이스 바
단축키로 런치패드보다 훨씬 빠르게 원하는 앱을 열 수 있고, 파인더를 켜지 않고도 원하는 파일을 바로 찾을 수 있다. Microsoft도 PowerToys Run을 통해 Windows에서 Spotlight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키보드 단축키로 어디서나 바로 띄울 수 있는 검색 창이라는 컨셉 자체가 좋은 아이디어로서 인정받은 것 같다. 🔍
Spotlight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 기능을 대신할 다른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다. 먼저, 위 스크린샷처럼 Google 검색어 자동 완성 같은 불필요한 결과를 파일이나 앱보다 위에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검색어를 입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검색 결과를 열기 위해 ↓
키를 연타하거나 마우스를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하루에 수십 번 사용하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검색 키워드(alias) 같은 기능을 통한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했다. 검색 키워드는 Firefox나 Google Chrome 같은 웹 브라우저에서 주소창을 통해 검색할 때, 검색어 앞에 키워드를 붙여 원하는 검색 엔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뉴진스 하입보이
를 입력한 후 엔터를 누르면 기본 검색 엔진인 Google에서 검색되지만, na 뉴진스 하입보이
를 입력하면 뉴진스 하입보이
의 네이버 검색 결과로 이동시켜주는 것이다. 나는 이 기능을 Firefox에서 네이버, 유튜브 및 각종 온라인 사전을 검색할 때 쓰고 있었기에 Spotlight에서도 지원해주기를 바랐지만, macOS Ventura에서도 업데이트 소식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알아본 Spotlight의 대체재 중 Alfred도 괜찮아 보였고 인기도 많았지만, 유료 버전에만 제공되는 기능이 존재한다는 점과 디자인이 약간 올드해보인다는 점(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Raycast의 장점
Raycast는 Spotlight의 검색 기능을 포함하여 창 관리, 이모지 선택기 등의 각종 유틸리티를 내장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무료이며(유료 팀 플랜 제외), 디자인이 예쁘고, 최근에도 활발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 플러그인을 통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오픈소스는 아니며, 한글 검색은 가능하지만 UI는 아직 한국어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받거나, Homebrew로 설치할 수 있다.
brew install --cask raycast
설치 후 Raycast와 Spotlight이 함께 작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시스템 설정 - 키보드 - 키보드 단축키... - Spotlight
메뉴에서 Spotlight 검색 보기
를 체크 해제하거나 Raycast 실행 단축키와 겹치지 않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첫 실행 후 온보딩 과정에서 다양한 튜토리얼과 직접 따라해볼 수 있는 과제를 제공하므로 익숙해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익스텐션
Raycast는 Extens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다른 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플러그인을 제공한다. 익스텐션은 Raycast에서 Store
를 실행하여 앱 안에서 익스텐션을 둘러볼 수도 있고, 스토어 웹 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익스텐션은 다음과 같다.
- Google Search
- Google 검색을 할 수 있다. 자동완성 기능을 제공한다.
- Google Translate
- 입력한 텍스트로 즉시 Google 번역을 돌릴 수 있다.
- Wikipedia
- 위키백과를 검색할 수 있다. 자동완성을 제공하며 이미지와 간단한 요약을 함께 볼 수 있다.
- GitHub Stars
- star를 남긴 GitHub 레포지토리를 검색하여 브라우저에서 열 수 있다.
- github.dev나 CodeSandbox에서 레포지토리를 열 수 있다.
git clone
명령어를 바로 복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Raycast 창 안에서 readme.md를 읽을 수 있지만… 항상 잘 되지는 않는다.
- Apple Notes
- 메모 앱에 저장한 메모를 검색하여 열 수 있도록 해 준다.
- HazeOver Controls
- HazeOver 앱의 옵션을 Raycast 안에서 변경하도록 해 준다.
- Passphrase Generator
- 랜덤 비밀번호 혹은 패스프레이즈를 생성하여 바로 복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 SF Symbols Search
- SF Symbol을 검색하여 아이콘 이름을 복사하거나 아이콘 폰트를 그대로 복사할 수 있다.
- 자주 사용하는 심볼이라면 고정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 (기본 설치) Reminders
- 미리 알림 앱에 저장된 미리 알림을 검색, 수정할 수 있고 새로운 미리 알림을 등록할 수 있다.
- (기본 설치) Dictionary
- macOS 내장 기능인 사전을 앱을 켜지 않고도 Raycast 안에서 검색할 수 있다.
- (기본 설치) Navigation
- Search Menu Items: macOS의 메뉴 막대를 통해 접근해야 하는 메뉴를 검색하여 실행할 수 있다.
메뉴 막대 - 도움말
에 있는 검색 기능과 비슷하다. - Switch Windows: 열린 창을 검색하여 열 수 있다.
command + tab
과 비슷한 기능이다.
- Search Menu Items: macOS의 메뉴 막대를 통해 접근해야 하는 메뉴를 검색하여 실행할 수 있다.
- (기본 설치) Search Emoji
- 이모지를 검색하여 복사하거나, Raycast를 열기 직전 사용했던 앱에 바로 붙여넣을 수 있다.
- 이모지 검색만 하기에는 맥 내장 기능보다 편리하지만, 맥 내장 기능을 통해서는 기타 유니코드 기호도 검색이 되는 반면, 여기에서는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Notion, Obsidian, Slack, OpenAI GPT3, Bitwarden, 1Password, Apple Music, Spotify, Homebrew 등 수많은 커뮤니티 익스텐션이 많으니 한 번쯤 직접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설치한 익스텐션은 Raycast 설정 창에서 관리할 수 있다. 설정은 macOS 메뉴 바의 Raycast 아이콘을 클릭한 뒤 Settings...
메뉴를 열거나 Raycast 검색 창을 열고 command + ,
를 눌러 열 수 있다.
이 창에서 익스텐션의 세부 옵션(예: 구글 번역 익스텐션이 사용할 기본 언어)을 설정하거나 익스텐션의 단축키나 alias(후술)를 등록할 수 있다. Enabled
를 체크 해제하여 사용하지 않는 익스텐션이나 앱이 검색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검색 엔진 직접 등록 가능
Raycast에 내장된 익스텐션 중 하나인 Quicklinks를 사용하면 원하는 검색 엔진을 통한 검색 결과를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 수 있다. 익스텐션이 따로 개발되지 않은 검색 엔진에서 검색을 자주 한다면 유용한 기능이다. 퀵링크는 자동 완성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Google이나 위키백과와 같은 경우에는 퀵링크를 만드는 것보다 익스텐션을 설치하여 사용하는 편이 더 좋은 경험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을 위해 등록하면 되는 퀵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search.naver?query={Query}
Create Quicklink
명령을 실행하여 브라우저에서 커스텀 검색 엔진을 등록하는 것처럼 Raycast에 퀵링크를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한 퀵링크를 수정하고 싶다면 Manage Quicklinks
명령을 사용하면 된다. 나는 네이버, DuckDuckGo, YouTube, Google 이미지, 네이버 사전, Can I use, Downdetector 등을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다.
단축키와 alias
Raycast 익스텐션의 모든 명령, 퀵링크와 Raycast에서 검색되는 앱에는 글로벌 단축키와 검색 키워드(alias)를 부여할 수 있다. 이 기능이 내가 Spotlight 대신 Raycast를 사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단축키의 경우 Raycast 설정 창에서 Record Hotkey
를 클릭한 뒤 원하는 단축키를 입력하여 설정할 수 있다. 앱에 단축키를 등록하면 맥에서 어떤 창을 열고 있든 등록한 그 단축키를 입력하면 해당 앱이 실행되거나 실행된 해당 앱의 창으로 포커스를 이동한다.
퀵링크나 익스텐션에 단축키를 부여할 경우 해당 단축키를 입력하면 바로 명령을 열 수 있다. Raycast 실행 단축키를 입력한 뒤 명령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File Search 명령에 command + option + 스페이스 바
단축어를 등록했다고 하면, 단축어 입력 시 바로 Raycast 파일 검색 창이 표시된다.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토글, 휴지통 비우기 등 기존에 글로벌 단축키를 할당하기 어려웠던 명령에도 단축키를 등록할 수 있으므로 원한다면 무궁무진하게 활용해볼 수 있다.
Karabiner-Elements를 이용한다면 키보드에서 잘 안 쓰는 키 하나에 command + control + option + shift
를 할당하고(보통 Hyper Key
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 키 조합으로 단축키를 등록하면 좋다. 다른 프로그램에 이미 등록된 단축키와 겹칠 염려가 적고 입력하기에도 편리하다. Hyper Key
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따로 글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Alias는 브라우저의 검색 키워드 기능과 동일하게 작동한다. 설정에서 Add Alias
를 클릭하고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된다. Raycast 검색 창을 연 뒤 등록한 alias를 입력하고 tab
키나 스페이스 바
를 누르면 바로 원하는 익스텐션이나 퀵링크로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ote 여행
을 입력하면 메모 앱에서 여행 메모를 검색하고, na 날씨
를 입력하면 네이버에서 날씨를 검색하도록 할 수 있다.
익스텐션은 불가능하지만, 퀵링크의 경우 Manage Quicklinks
명령을 실행한 뒤 command + D
를 누르면 선택한 퀵링크를 복제할 수 있다. 같은 퀵링크에 두 개의 다른 alias를 등록하면 한영 전환과 관계없이 원하는 퀵링크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YouTube 검색 퀵링크를 두 개 만든 뒤 하나는 yt
로, 하나는 ㅛㅅ
로 alias를 등록하면 한영 전환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는 이야기이다.
캘린더 앱과의 연동
Raycast 앱은 맥의 캘린더 앱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근데 이게 그냥 연동이 된다
의 느낌보다는 누구보다 캘린더에 진심인 사람이 만든 것 같다는 감상을 받았다.
먼저, 내장된 My Schedule
명령을 통해 등록된 일정을 검색하고 둘러볼 수 있다.
다가오는 캘린더 이벤트에 Zoom이나 Webex 링크가 첨부되어 있는 경우 My Schedule
명령을 실행할 필요도 없이, Raycast를 열고 엔터
만 누르면 바로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FaceTime 링크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또, 다가오는 이벤트를 메뉴 바에 표시하는 기능도 있다. 어떤 캘린더의 이벤트를 표시할지, 몇 시간 안의 이벤트를 표시할지는 Raycast 설정 창의 Calendar 명령 옵션에서 변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Create Quick Event
를 통해 자연어 입력으로 원하는 시간에 이벤트를 등록할 수 있는 기능도 내장되어 있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아직 자연스러운 한국어 입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기타 유용한 기능
훌륭한 계산 기능
3 in to cm
같은 단위 변환, now in sf
같은 시간대 변환, 9 usd
같은 통화 변환뿐만 아니라 days until 1 january
와 같은 날짜 계산도 수행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Spotlight을 쓸 땐 단위 변환이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구글을 열게 되었었는데, Raycast는 항상 검색어에 대한 정확한 결과를 제공했다.
Fallback Commands
검색어를 입력하였으나 원하는 결과가 없을 때, 이미 입력한 검색어를 원하는 익스텐션이나 퀵 링크로 넘겨주도록 미리 지정할 수 있다.
Manage Fallback Commands
명령을 통해 폴백 명령어를 등록, 제거하거나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폴백 커맨드와 비슷한 기능으로는, 검색 결과에서 command + shift + F
를 입력하여 앱이나 익스텐션을 Favorites에 고정하는 기능이 있다. Favorites는 Raycast를 열었을 때 맨 위에 표시된다.
나는 사용하지 않지만 유용한 기능
Clipboard History
기능을 통해 복사한 텍스트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익스텐션 옵션에서 비밀번호 관리자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앱에서 복사한 내용은 기록하지 않도록 따로 설정할 수 있다.Floating Notes
기능으로 별도 프로그램 없이 Windows의 스티커 메모처럼 메모를 작성할 수 있다. 데스크톱에 창이 많이 열려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Snippets
는 macOS 내장 텍스트 대치 기능의 개선판 느낌이다. 자주 사용하는 문구를 미리 등록한 뒤, 필요할 때 검색하여 바로 붙여넣거나 OS 어디서나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바로 대치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리치 포맷팅이 가능하고{cursor}
키워드로 텍스트 대치 후 커서가 위치할 곳을 미리 지정할 수도 있어서 텍스트 대치 기능이 아쉬웠다면 사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