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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돌아보기

구구절절 2022년 회고: 공군도 전역을 할 수 있어요

기술과 디자인 이야기를 하겠다고 블로그 메인 페이지에 걸어놓고 첫 글이 2022년 회고인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긴 것 같다. 이 글이 블로그에 작성하는 첫 글인 셈인데, 다른 사람이 읽는 글을 쓰는 일이 상당히 오랜만이라 지금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잘 읽힐지 모르겠다. 😇

글은 1월부터 12월까지의 회고2022 어워즈로 구성해보았다.

1분기

1월

작년(2021년) 말부터 시작하자면, 11월부터 부대 업무에 도움이 되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 2개를 개발하고 있었다. 완전한 자동화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불필요한 반복 작업을 최소화해주는 프로그램 하나와 전반적인 업무 환경을 개선해 주는 프로그램 하나였다. 이곳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어서 아쉽다.

개발 및 사용 환경은 인터넷은커녕 국방망조차 접근이 안 되는 Windows 10 PC, Chrome 93과 버전이 더 낮은 Edge, Notepad++가 전부였다. TypeScript 같은 건 당연히 없었고 Edge는 문자열에서 replaceAll()조차 안 돼서 따로 구현해야 했을 정도로 버전이 낮았다. IntelliSense는커녕 단순 단어 기준 자동 완성밖에 안 되는 Notepad++를 가지고 코드 포맷터도 없이 거의 엄청나게 큰 빈 종이에 낙서하는 느낌으로 코드를 썼던 것 같다.

JavaScript는 물론이고 웹 개발을 제대로 하는 법을 거의 몰랐던 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했었고, 그 때문에 간단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개발하면서 인터넷을 참고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근무 시간에는 되는대로 만들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기억해놨다가 비번 날에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스택오버플로를 뒤지곤 했었다. 번거롭긴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서 문제를 탐구하고 방법을 연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돌이켜보니 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다만 누군가 나중에 내 코드를 보고 “대체 왜 이렇게 엉성하고 비효율적으로 코드를 짰을까….”하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

아무튼, 새해를 맞이하기 며칠 전에는 코로나19 3차 예방 접종을 받았고, 2022년 1월 1일에는 무려 주간 근무를 한 뒤 저녁에 새해 첫 곡으로 남들도 많이 듣는다는 우주소녀의 이루리를 들었다.

1월에 있었던 생일에는 외출을 나가서 선임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방탈출 카페에 방문했다. 좋은 선임들과 적절한 부대 위치가 더해져서 근처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군대에서 외출 나가서 선임들이랑 방탈출 카페 하고 오는 경험은 꽤 독특했다.

1월 말에 휴가를 10일 정도 나갔다. 이 열흘 동안 노마드코더에서 ReactReact Native 무료 강의를 완강했다. 이때 React를 처음 접했는데, React 자체도 되게 신기했었고 JSX 문법을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다. React Native는 당시 무슨 생각으로 강의를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2021년에 SwiftUI와 Swift로 끄적거리던 iOS 앱이 있었는데, 그 앱을 React Native로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월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과 인스타그램 아카이브를 전부 뒤져보았는데 별 내용이 없는 걸 보면 그냥 부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먹고 잤던 것 같다.

3월

3월에는 군 e러닝 수강 신청이 있었고, 이를 통해 올해 1학기에 3학점짜리 학교 교양 과목을 하나 듣게 된다.

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부대 근처 중학교에서 사전투표를 했고, 나중에 생활관에서 부대원들과 개표 방송을 봤다.

3월 중 한동안은 모종의 이유로 일할 사람이 줄어 근무 시간이 팍 늘어났다. 아마 올해 가장 피곤했던 때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때를 꼽을 것 같다. 당시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기분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다.


2분기

4월

4월에는 9일 정도 휴가를 나왔다. 다만 이때 나온 휴가에서 기억나는 건 교양 과목 과제를 하느라 살짝 고생했다는 것밖에 없다. 사실 군 e러닝은 전부 패논패 과목이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었는데 왜 그렇게 신경을 많이 썼는지 잘 모르겠다.

5월

5월에는 앞에서 언급한 크롬 확장 프로그램 두 개를 계속 개선했고,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두었다. 당시 함께 일했던 팀의 여러 좋은 분들 덕분에 프로그램 중 하나를 상부에 올려 포상을 제안해볼 기회가 생겼고, 그 결과 포상 휴가 3일대령 표창을 받을 수 있었다.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다양한 요구사항으로 인해 헤매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이 쓴다는 점 때문에 UI 디자인 역시 기능 구현만큼이나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이런 점들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또, 결과가 나오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이게 어떻게 3일밖에 안 되냐? 더 줘야지”하는 반응이 많았기에 고맙기도 했다.

참고로, 프로그램 두 개는 찍턴(되게 긴 말년 휴가 비슷한)을 출발하기 직전인 올해 10월까지도 계속 기능을 추가하고 버그를 고치며 업데이트했다. 또, 나중에는 어느 부서에서 되게 특정한 용도의 프로그램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간부님 한 분과 함께 간단하게 하나 더 만들었더니 상점을 꽤 많이 챙겨주셔서 마지막에 휴가 나올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아무튼 기간으로 보면 군 생활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이 일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6월

6월에는 휴가를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 8일짜리 휴가 때는 WWDC 키노트를 보고 지방선거 투표를 했고, 두 번째 6일 휴가 때는 특별히 대단하게 한 건 없었다.

첫 번째 휴가와 WWDC 기간이 겹쳐 키노트를 라이브로 봤었다. 키노트 당시가 아닌, 정식 버전을 쓰고 있는 지금의 감상을 이야기해보자면, 먼저 iOS 16은 역대 iOS 중 손꼽을 정도로 바이럴했던 버전인 것 같다. 잠금화면 커스텀이야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상체 복사 기능(누끼)이 이렇게 인터넷에서 파장이 클 줄 몰랐다.

macOS Ventura는 솔직히 말해서 별로다. 불만족스러운 점은 대부분 새로 바뀐 시스템 환경설정 앱에 있는데, 전반적으로 클릭했을 때 반응하는 속도도 느려졌고 macOS의 설정을 iPad 같은 UI에 집어넣으려고 한 것 같아서 메뉴 구성이 논리적이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앱을 켤 때마다 화면 모드 설정이 초기 화면으로 표시되는 것에 대한 적절한 근거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로그인 항목 설정에서 앱을 숨긴 상태로 켜는 옵션이 사라져서, 맥을 켤 때마다 메뉴 막대에서 서식하는 온갖 유틸리티 프로그램들(Rectangle, Shottr, Mos, …)의 스플래시 혹은 온보딩 화면을 봐야 하고(온보딩 화면이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키보드 설정에서 등록한 단축키가 사라지는 버그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날씨와 시계 앱이 추가된 점은 만족스럽다.

macOS와 iPadOS에서 모두 지원하는 스테이지 매니저는 이번에 추가된 다른 기능들과 비교하면 의외로 온라인에서의 언급이 적어 보인다. 나도 macOS에서 안 쓰고 있기는 하다. iPadOS는 아이패드 자체를 안 써서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스테이지 매니저를 새로 만들기보다 iPadOS에 미션 컨트롤을 넣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물론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하고 나서 만들었겠지만….

watchOS 9은… 하드웨어의 노후화 이슈로 사용해보지 못했다.

6월 중순에 나온 외출 때는 판교 롯데시네마에서 범죄도시2를 봤다. 사실 범죄도시가 아니라 탑건: 매버릭을 보려고 했었는데 당시에 개봉하지 않아서 못 봤다. 처음에는 예매가 안 되길래 표가 다 매진된 줄 알고 놀랐는데 그게 아니라 개봉을 안 한 거였다. 범죄도시2도 재밌게 보긴 했는데 칼로 찌르는 장면만 너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서 그 점은 별로였다.


3분기

7월

7월에는 외출 두 번에 무려 14일짜리 만박 휴가를 나올 수 있었다. 적다 보니 계속 나오기만 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어쨌든 덕분에 시간은 엄청나게 빨리 갔다. 😋

두 번의 외출 모두 나가서 탑건: 매버릭을 봤다. 처음 보고 나서 너무 재밌어서 또 보러 갔는데, 두 번째 보러 가기 전에는 구글 플레이에서 탑건 1을 봤다. 4DX로 영화를 본 건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전투기를 같이 탄 것처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이후로 생활관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탑건을 영업하고 다녔는데, 아쉽게도 다들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휴가 중에는 lepton-custom을 업데이트했다. Firefox의 UI를 커스텀할 수 있는 userChrome.css 테마인데, 이미 유명한 프로젝트인 Lepton(Proton Fix)에 간단한 CSS를 몇 줄 추가해서 만들었다. 난 개인적으로 브라우저에서 탭이 가운데에 모여 있는 게 편한 것 같다. 이때 업데이트해두고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다. userChrome.css로 UI를 커스텀할수 있다는 점은 내가 Firefox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크게 상관은 없는 이야기이지만 Lepton도 한국 분께서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작년 초 이후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지 않은 MaterialFox-BigSur도 있는데, 여기에 가끔씩 star가 달리는 걸 보면 신기하다.

8월

노마드코더의 ReactJS 2주 챌린지(ReactJS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여 졸업했다. 이걸 부대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하려고 7월 휴가 때 구름IDE 학생 플랜에 code-server를 올렸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았는데, 구축하고 나니 잘 작동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작업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7월 말에서 8월에는 2022 제4회 공군 창의·혁신 아이디어 공모 해커톤에 친구와 함께 참여할 기회가 생겨 총 네 명이서 같이 이 공모전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약 5페이지의 기획서로 예선 심사를 하고, 본선 날 더 발전된 기획서와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발표를 하여 최종 시상자를 내는 방식이었다. 근데 돌이켜보니 만나서 함께 개발할 시간을 주최해주는 것도 아니고, 제품 자체보다는 기획서와 발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해커톤보다는 아이디어 공모전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행사 이름에서 해커톤은 빼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병영복지 분야에 참여하여 올인원 공군 자기계발 체계를 컨셉으로 RUNWAY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기획했다. 흩어져 있는 국군 및 공군의 자기계발 컨텐츠 및 프로그램을 한곳에 모으고,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끼리 목표 및 달성량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서로의 동기부여를 도울 수 있는 제품이 컨셉이었다.

RUNWAY는 국방부 및 공군에서 진행하는 자기계발 사업 및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통합적인 공간으로서 공군인들이 자기계발을 향해 이륙하는 활주로가 될 것이고, 개인별 목표·달성량 관리 및 공유 기능을 통해 각자의 목표를 공군인들이 끝까지 완주하여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활주로가 될 것입니다.

라는 말을 당시 기획서에 적어서 냈는데, 조금 길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그럴듯한 문장인 것 같다.

운 좋게도 우리는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고, 멘토링과 본선 발표를 위해 KAIST에 위치한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총 두 번 방문하는 일정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코로나에 걸리게 되는데….

9월

정확히는 8월 말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9월 초까지 격리하게 된다. 부대에 걸린 사람이 몇 있었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고, 또 내가 걸린 이후로는 한동안 아무도 걸리지 않았기에 내가 당시 어디에서 코로나를 걸려 왔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처음 며칠 동안만 목이 아프고 나중에는 콧물이 많이 나왔다. 또, 밥을 계속 먹는데도 체중이 줄어드는 경험이 되게 이상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당시 예정되어 있었던 해커톤 멘토링에 참여하지 못할 뻔했는데, 태풍 힌남노로 인해 멘토링도 며칠 미뤄지면서 다행히도 차질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멘토링에서 받은 조언대로 기획서를 구체화하고, 디자인을 다듬고, 프로토타입을 완성하여 9월 말에 본선 발표를 했고(나는 아니고 팀원분이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장려상을 수상, 준장 표창을 받을 수 있었다.

서비스에 기능을 여러 가지 추가하려고 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컨셉에서 벗어나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누군가에게 제품을 설명할 때, 제품을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한 문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4분기

10월

10월 중순에 찍턴을 출발했다. 내가 일한 곳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휴가 통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전역 직전에 몰아서 사용하며 부대 복귀와 휴가 출발을 반복하는 일을 찍턴이라고 불렀는데, 아마 다른 곳도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부대를 었다가 다시 휴가로 turn한다는 뜻인 것 같다.

찍턴 나가자마자 Apple 명동에서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했다. 당시 배터리 효율이 78%로 하루를 온전히 버티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교체 후 많이 나아졌다. 교체하고 며칠 간은 오히려 교체하기 전보다 배터리가 훨씬 더 빨리 닳아서 전화 문의도 넣어보고 했었는데, 2~3주 지나고 나니 안정화가 되었는지 괜찮아졌다.

그나저나, 다음에 휴대폰 수리받을 일이 있으면 꼭 다른 기기를 챙겨 가거나 친구와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휴대폰만 챙겨서 갔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해서 혼자 스타벅스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앉아만 있었다.

11월

11월에는 이 블로그를 만드는 데 시간을 들였다. Gatsby를 접하고 블로그를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바로 시작했는데, React나 Gatsby 자체보다는 CSS에 시간을 더 쏟은 것 같다. 어찌 됐든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 건 좋은 일이다.

학교에서 진행된 토스뱅크 기술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토스뱅크는 어떻게 따닥 클릭을 막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짧은 특강 같은 느낌이었는데,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론트엔드, 백엔드 개발자들이 협업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때 굿즈로 받은 커피 사일로 파우치가 꽤 튼튼해서 알콜스왑이나 안경 닦이 같은 잡다한 물건을 보관하여 가방에 넣고 다닐 때 잘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 무슨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가 받은 토스 달력과 보드판이 있는데, 의도치 않게 토스 굿즈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또, 가족들과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다. 바다, 산, 섬 모두 너무 예뻤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11월에는 작은 삽질을 하나 했다. 학교 이메일 계정으로 제공되는 Outlook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학교에서 공지 메일을 보내왔는데, Microsoft To Do가 아웃룩에 포함되는지 모르고 그냥 뒀다가 내 모든 할 일 목록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학교의 모 부서에 전화를 걸어 계정에 아웃룩을 다시 활성화하고 macOS의 미리 알림 앱과 아웃룩 계정을 연동한 뒤 1,000개 가량의 태스크를 iCloud로 옮겼다. 나는 지금까지 정말 온갖 일들을 다 To Do에 기록해두고 살았기에, 학교 측에서 단순 비활성화가 아니라 계정 삭제를 했다면 아마 멘탈이 나갔을 것이다.

원래 학교 계정이 아닌 개인 Outlook 계정으로 To Do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뭔가 꼬였는지 언젠가부터 기기 간 동기화가 전혀 되지 않아 다른 계정인 학교 계정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젠 학교 계정에서도 못 쓴다고 하니 몇 년간 써온 To Do를 떠나 아예 다른 서비스를 찾아보기로 했고, iCloud 미리 알림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옮기는 김에 구글 캘린더도 전부 iCloud 캘린더로 옮겼다.

후기를 약간 써보자면, 미리 알림 앱은 iOS와 macOS를 함께 쓴다면 최고의 선택지일 것 같다. iOS 14쯤부터인가 아이폰 앱도 쓰기 훨씬 편리해졌고, 무엇보다 OS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앱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훨씬 많다. 예를 들면, 시간뿐만 아니라 위치를 기반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 기능을 각종 쿠폰 및 교환권을 잊지 않고 가게에서 사용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별거 아닌 기능이지만 한 기기에서 알림을 스누즈하면 모든 기기에서 스누즈된 알림이 울린다. Microsoft To Do를 쓸 때는 아이폰에서 알림을 스누즈하면, n분 뒤에 다시 보내주는 알림은 다른 기기에서는 울리지 않고 해당 아이폰으로만 왔다. 아무튼 애플 최고 🍎.

12월

12월 초에는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 실기 시험을 봤고 합격했다. 입대 준비를 위해 작년 초에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땄었고 컴활 1급 필기까지 붙었는데, 1급 실기를 두 번 응시하여 모두 떨어졌고 2급 실기만 붙어서 결과적으로는 2급 자격증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1급 필기의 유효 기간이 2년이라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1급 실기까지 따놓고 싶었다. 당시 구입했던 기출문제집을 8회분 정도 풀어보고 응시했다. 올해는 한 번에 붙어서 다행이다.

12월 중순에는 드디어 전역을 했고, 친구들과 강릉에 다녀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는데, 신기하게도 여행 갔던 당시에는 서울이 더 추웠었다고 한다.

12월 말과 내년 1월은 운전면허 취득을 목표로 하며 지낼 것 같다. 2023년에 스무 살이 되는 사람들이 면허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빨리 학원에 등록해야겠다.


2022 어워즈

올해의 소비도 하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올해 산 특별한 물건이 별로 없어서 고를 게 없었다. 올해의 영화도 마찬가지로 탑건: 매버릭을 정말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본 영화가 그걸 포함해도 두 편밖에 되지 않아 넣지 않았다.

올해의 앱

iOS: Mastoot

Mastoot은 iOS 마스토돈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데, 최근에 업데이트가 자주 되고 있고, 사용하기 편리하며 빠르다. 트위터에 일론 머스크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마스토돈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도 올해 mas.to 인스턴스에 계정을 만들었는데, 공식 앱이나 Metatext, tooot도 잘 썼지만 Mastoot이 가장 보기 편한 UI를 제공하는 것 같다. macOS에서는 Mastonaut의 포크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나는 Mastoot뿐만 아니라 Apollo, MusicHarbor, PlayTally, Marvis Pro, Morpho처럼 애플 생태계에서 잘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앱이 좋다.

대기업 앱 중에서는, 작년 말 서비스를 시작한 앱이긴 하지만 네이버페이 단독 앱도 잘 사용했다. 아마 내년에 애플 페이가 한국에 상륙하더라도 나는 한동안 편의점 같은 곳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것 같다.

macOS: Raycast

Raycast는 macOS의 Spotlight 대체재이다. 2022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앱은 아니지만 올해 너무 잘 사용한 앱 중 하나여서 골라보았다.

단축키나 alias와 같은 폭넓은 커스텀 기능을 지원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플러그인을 제공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캘린더와도 호환성이 좋아서 몇 분 뒤에 Zoom 링크가 등록된 일정이 있는 경우 즉시 참석할 수 있는 바로가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모지 선택기도 있고 열린 창 관리도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이 많아서, Spotlight을 단순 대체한다기보다는 각종 생산성 유틸리티를 Spotlight과 같은 형태에 녹여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감사한 앱 중 하나다. 애플이 인수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좀 그런가? 나중에 Raycast 활용법에 대해 글을 작성해볼까 싶기도 하다. 썼다:

이 블로그의
Raycast: Spotlight을 대체할 검색 앱

macOS에서 Spotlight을 떠나 Raycast를 선택한 이유


올해의 음악

싱글: LOVE DIVE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들린 음악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이브의 LOVE DIVE일 것 같다. 진짜 밖에서도 들리고 TV에도 나오고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에도 나오고… 온갖 곳에서 다 들은 것 같다.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자 아이돌 노래를 더 많이 접했는데, 그 중에서도 중독적인 멜로디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많이 들었던 곡이다. 애플 뮤직에서는 2022년 한국 차트에서 이미 1위를 했고, 멜론 연간 차트에서도 아마 1위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

앨범: in loving memory

LOVE DIVE가 많이 들린 곡이라면, blackbear의 in loving memory는 내가 많이 찾아 들은 앨범이다. blackbear는 everything means nothing, misery lake에 이어 이 앨범까지 매년 발매했다. 들을 음악이 많아서 좋은 가수인 것 같다.


내년에는

12월 회고에서 적었던 것처럼 내년 초에는 운전면허 준비를 할 것 같다. 3월에 복학하기 전에 해외 여행을 한 번 가고 싶기도 한데, 아직까지도 계획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

학교 공부, 개발 공부, 영어 공부(첫 번째랑 세 번째는 좀 비슷하긴 하지만)를 더 하면서, 특히 개발 쪽에서는 정확히 뭘 하고 싶은 건지, 한 가지를 조금 더 깊게 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책이든 온라인 문서든 호흡이 긴 글을 더 많이 읽고, 이곳에 글도 본격적으로 썼으면 한다.

전역도 했는데 뭘 못 하겠어 라는 마인드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