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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Xs 4년 반 쓰고 SE 2세대로 갈아탄 후기

SE(2020)를 2023년에 쓰려면 인내심이 조금 필요해요

멋진 계획과 멸망

2018년 말 수능을 마친 나에게 아빠는 첫 스마트폰으로 당시 최신 아이폰이었던 Xs를 선물해주셨고, 대학교 입학과 군대를 거쳐 4년을 넘게 쓴 휴대폰을 보며 2023년에 출시하는 15 시리즈를 구매하여 Xs에서 스무스하게 바로 넘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1학기에 개강하자마자 강의실에서 떨어뜨리기 전까지는….

고작 강의실 의자 팔걸이 높이에서 떨어뜨린 Xs의 화면에는 광선검 같은 멋진 세로줄이 생기게 되었고,. 화면 밝기를 낮춰도 이 줄만 너무 밝아서 나는 자기 전 누워서 휴대폰을 아예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따라서 2020년에 출시한 SE 2세대를 15 시리즈 구입 전까지 약 6개월 사용할 목적으로 당근마켓에서 15만원에 구입했고, 4개월 정도 사용한 지금까지의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SE 2세대의 장점

  1. 작고 가볍다. SE에 케이스를 끼워도 아마 요즘 나오는 휴대폰 자체보다 가벼울 것이다.

  2. IP67 방수·방진을 지원한다. Xs보다 방수 등급이 하나 낮지만 방수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3. 터치 ID 센서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애플 워치 없이도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

  4. Xs와 같이 18W로 충전할 수 있어서 충전하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었고 무선 충전도 지원해서 편리했다.

  5. 발열이 Xs보다 덜하다고 느꼈다. 따라서 충전 중에 사용할 때 온도가 높아져 충전이 지체되는 경우도 Xs보다 덜 일어났고, 발열로 인해 최대 밝기가 제한되는 현상도 Xs보다는 덜했다.

SE 2세대의 단점

배터리

  • 아래는 Xs 배터리 성능 87%, SE 2세대 배터리 성능 85% 상태에서 비교한 내용이다. Xs는 2,658mAh, SE 2세대는 1,821mAh의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다.

  • 두 기기 모두 하루 쓰는 데에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그중에서도 SE가 훨씬 더 빨리 닳는다. 집이 아닌 공간에서 2시간 이상 있어야 하는 날에는 무조건 보조배터리나 충전기를 챙겨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으로 통학/통근한다면 절대 하루를 버티지 못할 것이다.

  • SE의 경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화면이 꺼진 상태로 휴대폰을 가만히 두었을 때도 저절로 배터리를 다 써버리고 꺼지는 경우가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있었다. 배터리 사용 기록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아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화면 및 소리

  • 화면이 작고 해상도가 낮다. 그러나 영상을 시청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할 때는 생각보다 신경 쓰이지 않았다. 사진을 (특히 확대해서) 볼 땐 확실히 작다고 느꼈다.

  • 3D 터치가 없다. Xs가 마지막 3D 터치 지원 기기가 되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쯤부터 예상한 부분이지만, 역시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설정 - 손쉬운 사용 - 터치 - 햅틱 터치 설정에서 터치 시간느리게로 되어 있다면 꼭 빠르게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버튼을 길게 눌러서 컨텍스트 메뉴가 뜰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조금 답답하다.

올가을 출시되는 iOS 17에서는 빠르게기본으로 바뀌고 더 빠른 빠르게 옵션이 제공된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다. (MacRumors 기사)

  • 스피커를 통해 애플 뮤직의 돌비 애트모스 음원을 재생할 수 없다. 솔직히 애트모스 음원이 기본 음원보다 더 별로인 경우도 있었기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가능 여부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한다. 에어팟을 통한 돌비 애트모스 및 공간 음향은 똑같이 지원한다.
    Apple 지원
    Apple Music의 Dolby Atmos 지원 공간 음향에 관하여

카메라

  • 배경을 흐리게 날려 주는 인물 사진 모드가 존재하지만, 카메라가 한 개만 있기 때문에 인물 사진 모드로 음식이나 동물을 찍을 수 없고, 정말 인물만 찍을 수 있다. SE 2세대를 사용하며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 휴대폰을 사용한 3개월 동안은 인물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게 되었다.
  • 위에 적은 것처럼 카메라가 한 개뿐이기에 광학 줌이 없는 것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지만, 카메라 앱에서 한 손가락으로 줌 조절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UI는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줌을 당기고 싶다면 두 손가락으로 핀치 줌을 해야 한다. Xs에서는 배율 버튼을 드래그해서 줌을 당길 수 있었다.

기타 하드웨어

  • 3GB 램은 iOS 16을 안정적으로 굴리기에 정말 정말 정말 부족하다. 카메라 앱을 켜기 전에는 백그라운드에 실행시켜 뒀던 앱들을 전부 다 다시 켤 각오를 꼭 해야 한다.

  • 터치 ID는 빠르고 인식도 잘 되지만, 센서에 정말 조금이라도 물이 묻어 있거나, 손가락에 한 번 땀이 나면 옷이나 티슈로 물기를 닦지 않는 이상 절대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 몇몇 환경에서 화면이 흐릿하게 표시되는 문제가 있고, 애플이 의도적으로 이 문제를 고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근거는 없다.

    1. 앱 보관함에서 앱이 흐릿하게 표시된다. 기존 크기의 선명한 앱 아이콘 애셋을 앱 보관함 UI에 맞게 욱여넣기 위해 무작정 크기를 줄였기에 픽셀이 깨진 것처럼 보인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문제지만, 이와 비슷한 경험이 쌓여 SE는 화면이 별로다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2. 사진 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진을 볼 때 확대하기 전까지 이미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 경우에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Apple Community
      Photos blurry in gallery until zoomed in
  • 애플 뮤직 재생 UI에 여백이 없어서 좀 답답하고 조잡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이렇게 디자인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근거는 없다.

  • 하단 바가 없기 때문에 하단 바를 좌우로 밀어 여러 앱을 빠르게 전환하는 제스처도 없다. 과거 홈 버튼 아이폰에 있었던 화면 왼쪽 부분을 강하게 눌러 멀티태스킹 화면을 제스처도 애초에 이 휴대폰이 3D 터치를 지원하지 않기에 사용할 수 없다.

  • 통화가 진행 중이거나 핫스팟 사용 중에는 상단 바의 어디를 눌러도 통화 화면이나 테더링 설정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웹 페이지나 소셜 미디어를 보고 있을 때 화면 상단을 눌러 맨 위로 스크롤할 수 없다.

  • 같은 칩셋(A13)을 달고 한 해 더 먼저 나온 11도 애플 뮤직 Sing을 지원하는데 SE 2세대는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 당연하게도 자잘한 iOS 버그는 똑같이 나타났다. AirPlay 스피커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있을 때 키보드 소리가 너무 크게 나오는 버그가 있어 키보드 소리를 껐다.

  • 2022년 underkg의 SE(3세대) 리뷰와 같이, 홈 버튼 아이폰이 주류일 때 홈 버튼 아이폰을 쓰는 경험과 노치 아이폰이 주류일 때 홈 버튼 아이폰을 쓰는 경험은 분명히 다르다. 홈 버튼 아이폰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된 앱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는데, 몇몇 앱의 경우 온보딩 화면에서 밑으로 스크롤을 해야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버튼이 보이기도 했다.

다른 선택지

X~12 정도의 아이폰(✌🏼미래와의 조우✌🏼)을 구입하여 사용하다 고장이 나서 새 휴대폰을 구입하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할 중고 아이폰을 찾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이 과정에서 내가 했던 고민들을 적어보았다.

중고 6s, 7, 8을 고민 중이라면

  • 몇만 원만 더 써서 SE 2세대나 X, XR을 고민해 볼 것 같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8 밑으로는 iOS 16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휴대폰에서 iOS 구버전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이상 백업을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중고 SE 2세대를 구입하기 전에 중고 7을 샀는데, iOS 15까지밖에 지원하지 않아 iOS 16이 구동되던 Xs에서 어떤 정보도 옮길 수 없었고 결국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해야 했다.

  •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A13에 3GB 램이 들어간 SE 2세대도 쓰면서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카카오톡, 유튜브와 같은 일상 앱도 역시 3년 전보다 무거워졌기에 이보다 사양이 좋지 않으면 더 불편할 것이다. 3년 전에 쓸 만했던 앱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 8, X의 경우 iOS 17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확정되었기에 올해부터 메이저 업데이트를 받을 수 없다. XR, SE 2세대는 지원한다. XR의 경우 마지막 업데이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8 밑으로는 18W 충전이 되지 않고, 무선 충전도 되지 않는다. 아이폰 배터리 용량이 일반적으로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7.5W나 10W로 충전하기에는 정말 정말 느리다.

중고 SE 3세대를 고민 중이라면

  • 비슷한 가격대의 12 미니나 11을 찾아볼 것 같다.

  • 어차피 SE 3세대나 12 미니나 배터리는 비슷비슷하게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홈 버튼 없는 기기를 사는 것이 2023년에는 맞는 것 같다.

깨달은 것

  • 케이스를 씌우고 사용해도 4년 정도 쓰다 보면 언제든 충격으로 인한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 애플이 아이폰 SE 시리즈에 최신 칩셋을 탑재하며 타사에 비해 급 나누기를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당연하게도 칩셋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