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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가 없는 뇌피셜입니다.


슈퍼쏠은 왜 슈퍼쏠이 되었을까

신한금융그룹은 작년 말 자회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창구로 ‘슈퍼쏠’이라는 앱을 출시했어요.

왜 새로운 이름을 붙였을까요? 그냥 ‘슈퍼신한’ 같은 이름을 썼다면 더 직관적이었을 텐데, ‘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고객들은 금융사 이름뿐만 아니라 앱 이름까지 따로 알아야 한다는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어요. 물론, ‘슈퍼신한’같은 이름을 붙였다면 자회사 상품을 관리하는 앱으로서의 이미지는 굳힐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고객들은 이런 오해를 하게 돼요:

슈퍼신한은 ’신한’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하나은행같은 다른 금융사의 계좌나, 카드, 보험 상품은 관리할 수 없을 것 같아.

한마디로, 고객들은 ‘슈퍼신한’에는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와 같은, 금융 슈퍼앱이라면 갖춰야 할 서비스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이 때문에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신, 자회사 브랜드 중 널리 알려진 신한은행의 ‘쏠’을 빌려 ‘슈퍼쏠’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로 보여요.

토스의 빌드업

토스의 사례를 볼까요? ‘토스뱅크’, ‘토스증권’이라는 이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토스’ 앱이 다른 금융사 상품 관리도 가능한 슈퍼앱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해서 금융사 제한 없는 자산 관리 서비스로 발을 넓히는 순간에도 이미 ‘토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고, ‘토스증권’, ‘토스뱅크’가 앱 내에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죠.

토스의 사례를 알고 나면, ‘(슈퍼)신한’이라는 이름으로는 타 금융사를 넘나드는 슈퍼앱 이미지 각인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추측에 더 힘이 실려요. 새로운 슈퍼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쌓아온 ‘신한’이라는 이름이 주는 각각의 금융사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도전이 필요했던 것이죠.

따라서 ‘슈퍼쏠’이라는 아예 새로운 이름과 함께, 마이데이터와 오픈뱅킹으로 무장한 새로운 앱을 출시했다고 생각해요. 신한금융그룹은 슈퍼쏠이 단순 자회사 앱 묶음이 되기보다는, 이것저것 다 되는(근데 이제 자회사 상품 관리를 곁들인) 슈퍼앱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전자를 원했다면 ‘슈퍼신한’이라는 이름으로도 충분했겠죠. (신한은행, 신한카드 앱에서도 마이데이터/오픈뱅킹이 된다는 점이 혼란을 부른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요. 이건 마치 역할 분담이 잘못된 팀플을 보는 것 같아요.)

슈퍼쏠의 과제

미래에, 이 빌드업이 성공해서 슈퍼쏠이 또 다른 금융 슈퍼앱으로서 자리매김한다면, 지금은 앱 이름만 쏠뱅크인 신한은행의 은행명 자체를 쏠뱅크로 바꾸는 파격적인 시도도 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성 은행의 이미지에서, 슈퍼앱에서 파생된 신흥 은행의 이미지로의 변환을 시도하는 거죠.

저는 ‘신한’이라는 전통적 금융 브랜드와 ‘쏠’이라는 신규 브랜드 사이에서 후자가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신한금융그룹의 포부가 엿보여요. 다만 현실에서 슈퍼쏠 앱은 야심 찬 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먼저, 대다수의 사용자는 “토스를 대체할 금융 슈퍼앱을 찾아서”가 아니라, “여러 신한 자회사 앱을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슈퍼쏠을 설치하고 있어요. 신한금융그룹 고객들이 단순 귀찮음 이외에 슈퍼쏠을 설치할 동기를 제시하고, 신한금융그룹 고객이 아니더라도 슈퍼쏠을 한 번쯤 써볼 이유를 만든다면 슈퍼앱으로 자리매김하기 수월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점점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슈퍼쏠은 아직 여러 자회사 앱을 통합하는 포지션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어요. 슈퍼쏠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신한은행(쏠뱅크), 신한카드(쏠페이) 앱으로 이탈하면서, 결과적으로 슈퍼앱은커녕 여러 자회사 상품을 한 곳에서 관리하겠다는 본래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는 사용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결국 슈퍼쏠의 성공 여부는 새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여러 앱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넘어, 슈퍼쏠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름만 ‘슈퍼쏠’인 ‘슈퍼신한’에 그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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