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19년 말에 출시하여 2022년 App Store 올해의 앱을 수상한 소셜 미디어 앱인 BeReal(비리얼)을 2022년 10월부터 세 달 정도 사용해 보았다.
비리얼은 하루에 한 번씩, 매일 다른 시간에 모든 가입자에게 동시에 Time to BeReal
이라는 알림을 보낸다. 이 알림을 보고 앱에 접속한 사람은 2분 안에 휴대전화의 전·후면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과 환경을 촬영하여 올려야 한다. 물론 이후에 올릴 수도 있지만, 늦게 올린 게시물에는 얼마나 늦었는지가 표시된다. 비리얼이 Your friends for real
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작동 방식 때문이다.
비리얼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스타그램(Instagram)보다 덜 중독적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리얼에 내 친구의 사진만 볼 수 있는 피드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처럼 추천(돋보기) 탭이 따로 존재하거나, 기본 탭에서 추천 게시글을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평소 비리얼이 인터넷에서 밈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를 보았기에 써 보고 싶었던 것도 있다.
후기
직접 사용해 본 결과, 비리얼이 인스타그램보다 덜 중독적인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알림이 올 때 내 사진을 올린 뒤, 같은 시간에 알림을 받은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을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친구들이 뒤늦게 올린 사진이 있으면 푸시 알림을 따로 보내주므로, 앱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서도 소셜 미디어를 쓰며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인스타그램을 완전히 접고 비리얼로 갈아타지는 못했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업로드하여 내 프로필을 사진 보관함처럼 꾸밀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이 방식에 익숙해진 나는, 하루가 지나면 올린 사진이 없어지고 임의의 시간에 나의 모습을 즉시 올려야 하는 비리얼의 작동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나는 약 석 달 동안 비리얼을 하면서도 인스타그램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보다 덜 중독적이라는 비리얼의 가장 큰 장점은, 인스타그램을 아예 하지 않을 때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닫고 비리얼을 시작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소셜 미디어를 하나 더 하게 되는 셈이고, 덜 중독적이라는 비리얼의 가장 큰 장점을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트위터를 대체하기 위해 마스토돈을 시작했다가 그냥 둘 다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리얼이 인스타그램을 대체하지 못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비리얼에서는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을 보려면 당일에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올려야 한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이 내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도 사진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 점은 주변에 비리얼을 하는 친구가 없을수록 내 사진을 올릴 동기를 저하한다.
비리얼 친구가 100명쯤 되면 그중 20명 정도라도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내 사진을 구경하겠지만, 나처럼 등록된 친구가 5명쯤이라면 그만큼 친구들이 내 사진을 볼 가능성이 줄어든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는 내 연락처의 사람 중에서 비리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몇 년 전 Zenly를 처음 시작했었을 때보다 사람이 없어서, 친한 친구들에게 가입해서 같이 하자고 영업해야 할 정도였다.
결론
지금 당장 어떤 소셜 미디어도 하고 있지 않지만, 하나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비리얼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인질로 묶여 있는 사진이 없고, 소소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인 사람이라면 비리얼을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좋은 카메라를 활용해 예쁜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인스타그램을 떠나 비리얼로 갈아타기는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