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엔지니어로서 처음으로 직장 생활이라는 것을 해 보았다. 학교 수료까지는 한 학기가 남았다. 여러모로 새롭게 배운 것이 많았던 2024년이었다.
학교
- 2024년 1월까지 겨울 계절을 듣고, 1학기를 다닌 뒤 여름 계절까지 들었다.
- 2023 2학기, 2023 겨울 계절, 2024 1학기, 2024 여름 계절을 연달아 들었다. 저학년 때의 수강 신청 실패가 몇 년 뒤에 계절학기로 이어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대부분의 영문학 수업에 흥미를 갖는 데에 실패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생각날 것 같은 문학 수업들이 있다. 1학기에 영국희곡을 들었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 수업을 들었는데 좋았다.
- 정규학기 기준 지금까지 7학기를 다녔고, 8학기 기준으로 본다면 수료까지 한 학기가 남은 상태이다. 변수가 없다면 2025 1학기가 마지막 학기가 될 예정이다.
6개월 차 개발자
당근 썸머테크 인턴십
무엇을 했나
- 여름 계절학기를 마치고, 2024 당근 썸머테크 인턴십을 통해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일했다.
- 지원할 당시 디자인시스템팀이었던 디자인코어팀에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디자인 시스템 관련 업무를 했다.
- 당근의 디자인 시스템인 SEED의 메이저 업데이트 과정에서 컴포넌트의 웹 구현체를 만들고 몇몇 도구를 만들었다.
- 리뉴얼되며 이름이 바뀐 500여 개의 아이콘을 코드에서 찾아 신규 이름으로 일괄 변경하는 codemod를 개발하고, 디자이너–개발자 간 핸드오프 경험을 개선하는 Figma 플러그인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을 느꼈나
- 한때 UI/UX 디자이너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디자이너 분들이 일하는 방식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대고객 제품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시스템 디자이너 모두)
- 중학생 때 Google Material 웹사이트를 처음 마주했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디자인 시스템 뒤에서의 엔지니어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 내가 실제로 잘 쓰고 있는 서비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설레면서도 긴장됐다.
- 내 계정은 매너온도가 50도가 조금 안 된다. 당근의 모든 서비스를 다 쓰는 건 아니지만
- 엔지니어로서 일하는 것, 직장인으로서 일하는 것, 엔지니어 직장인으로서 일하는 것 모두 처음이었다. 우당탕탕
- 인턴십 설명회에서 들었던 “나보다 뛰어난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실이었다. 아쉬운 점은, 그러한 좋은 환경에 있었음에도 다른 팀의 엔지니어분들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 트위터 타임라인 내리다가 본 분들, 블로그 글로만 접해본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은 실감했다.
- (내 한계를 스스로 가로막을 수 있는 생각인 것 같아서 적을지 말지 고민은 좀 했지만) 부트캠프 같은 별도 교육을 받지 않은 비전공자 엔지니어로서 어떤 길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게 해 준 기회였던 것 같다.
- 6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싶은 블로그 글이 많다.
- 회식 자리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을 각색하여 아래에 인용으로 첨부해 본다…
디자인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슈퍼카를 만드는 것보다는 도로를 까는 것에 가깝다. 슈퍼카를 만드는 사람들은 도로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도로를 신경 쓰지 않고도 차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차가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도로를 까는 사람들의 역할이다.
컨퍼런스
- 토스의 SLASH 24와 당근 테크 밋업에서 세션을 들었다.
- 컨퍼런스 몇 번 다녀온다고 모든 세션 내용이 내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 과거의 나였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말들을 조금씩 이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뻘짓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는 곳인 것 같다.
- 언젠가는 비슷한 공간에서 발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해커톤
2024년 초에 두 개의 해커톤에 참여했다.
SPARCS 서비스 해커톤 2024
자세한 후기를 별도의 글로 정리해 두었다.

우리나라에 멋진 대학생이 이렇게나 많다니
제2회 SKYST 연합 해커톤
- 극락 퀴즈쇼라는 게임을 만들고 대상을 받았다. 인간 친구들 사이에 숨은 GPT를 찾는 인터랙티브 웹 게임이다.
- 이 프로젝트를 하드 캐리한 톡기의 글에서 자세한 내용을 더 볼 수도 있다.
- 몇 달 뒤에 비슷한 컨셉의 온라인 게임이 YouTube Shorts에서 바이럴하는 것을 봤다.
- 이런 컨셉을 우리 팀만 재밌어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해서 좋았다.
- 다른 무엇보다, 내가 재밌어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쓰기
블로그
- 영양가 있는 글을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디지털 생존 키트 2024 같은 글을 통해 머릿속에 꾸준히 담아두고 있던 생각을 글로 배출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일하면서 마주친 몇 가지 문제에 대한 글을 작성했다.
- 2024년에는, 2023년 말에 작성한 글인 아이폰에서 알람 볼륨과 벨소리 크기 따로 설정하는 법이 꾸준히 Google 검색 실적과 페이지뷰 상위를 차지했다.
- 블로그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검색 실적과 페이지뷰 모두 아주 완만한 상승 추세선을 그렸다.
- 혹시나 해서 슬랙에 블로그 주소를 한 번 검색해본 적이 있었는데, 어떤 분께서 블로그 글 중 하나를 공유한 것을 보고 SEO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더 잘 해야지
아무
‘아무 ’라는 뉴스레터를 2023년부터 친구 한 명과 함께 작성/편집하고 있다.
2024년은 아무의 두 번째 해였다. 2024년에는 2023년과 동일하게 세 통의 뉴스레터를 보냈다. 보내는 주기나 분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무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디지털 제품과 관련된 글만 실리지는 않는다. 그럼 나는 왜 아무를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보곤 했는데, 방을 환기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결론지었다. 관심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입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무로 보낼 글을 쓰고,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주제인 다른 분들의 기고글을 편집하면서 조금씩 입체적인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이기는 한데, 아무는 스티비를 통해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전송하고 있다. 2024년 말 스티비에서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 카드 정보와 비밀번호 n자리가 유출되었는데, 대체 이게 어떻게 유출될 수 있는 건지, 뉴스레터 서비스가 내 카드 비밀번호를 저장하고 있는 게 과연 합법이기나 한 건지 궁금하다. 스티비를 빠르게 탈출하고 싶어졌다.
새롭게 써 본 소프트웨어
Obsidian
- 진작에 쓸 걸
- 최근 1년간 나의 수업 필기와 블로그 글 작성을 책임지고 있다.
1Password
- 조직용 1Password를 써본 뒤 경험이 좋아서 GitHub Student Pack으로 1년 무료 플랜을 시작했다.
- 아마 앞으로 돈을 내면서 쓰게 될 것 같은데, 비싸다.
- 저렴하게 쓰려면 가족 플랜으로 묶을 사람이 필요한데, 있을지 모르겠다.
- Bitwarden을 몇 년 동안 사용했고, 디지털 생존 키트 2024에서 소개하기도 했는데, 아마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듯하다.
Figma
- 처음 쓴 건 아니지만, 실제 제품 화면과 일대일 대응되는 Figma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건 처음이었다.
- 플러그인 개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Figma 플러그인 API의 존재를 아는 것, 그리고 Figma 개발자 도구 콘솔에 이것저것 쳐볼 줄 아는 것만으로도 디자이너든 엔지니어든 생산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Sketch 점유율이 바닥을 치게 된 원인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Perplexity
- 정확히는 2024년은 아니고, 2025년 초에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퍼플렉시티로 바꿨다.
- Google 사용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경우 검색어 앞에 키워드를 붙여서 구글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해 두었다.
- 특정 검색어를 검색했을 때 AI 도구와 기성 검색엔진 중 무엇이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지 판단하는 것도 미래에는 능력으로 취급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기타 이벤트
애플 실리콘 노트북 구입
M3 맥북 에어가 출시되는 순간… 가격이 낮아진 M2 맥북 에어를 구입했다. 이전까지는 2018년에 출시한 맥북 프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 “다들 이렇게 배터리가 오래 가는 노트북을 쓰고 있었다고?”
- 램 업그레이드 없이(8GB) 구입하는 객기를 부렸다.
- Ollama로 조금 더 나은 언어모델을 굴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할 수가 없다.
GitHub 계정 정지와 해제
어린이날에 밴, 광복절에 복구
- GitHub 계정이 약 100일간 섀도 밴(비공개 처리) 되는 일이 있었다.
- 100일 동안은 이력서에도 GitLab 프로필을 첨부해야 했다. ㄱ- (깃헙에 대단한 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여행
- 8월 초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 날씨도 더웠고, 같이 간 친구와 나 모두 차를 운전하지 않아서 고생했지만 좋았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산을 오르는 것도 한 번쯤은 해 보면 의미 있는 것 같다.
- 지미봉은 오름보다는 산에 가까웠다.
어지러운 연말
- 연말 이후로 정치가 내 삶에 밀접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 2024-12-03 밤 여의도로 뛰쳐나온 분들에게 적어도 몇 년을 빚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었는데 못 한 것
- 운동
- 인턴 합격하면 시작하겠다 다짐했지만,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다. 2025년에는 정말 해야 할 것 같다.
- 블로그 엎기
- 블로그를 한번 갈아엎으려고 한다. 지금 블로그는 본문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고, 다크 모드 설정도 저장되지 않는다.
- 가능하면 Contentful에 의존하는 부분도 없애고 CMS 대신 완전히 파일로 글을 관리하면 어떨까 싶다. 많은 온라인 서비스에서 무료 플랜에 조금씩 제한을 추가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 독서
각종 연말결산
Duolingo 스페인어
- 2025년 2월 기준 400일 정도의 스트릭을 유지하고 있다.
- 최상위 리그인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토너먼트까지 한 번 완주해 봤다. 한번 해 본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스페인어 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알고 있는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 플랜으로 슈퍼 구독 중이다. 맥스의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다.)
- 시중 LLM 챗봇이 듀오링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꾸준히 듀오링고에 접속하는 것은 ‘끝없는 문답을 원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쉬운 내용이더라도 꾸준히 조금씩 언어를 학습해야겠다는 동기’ 때문이다. ChatGPT에는 프렌즈 스트릭도 없고 리그도 없다.
- 말해보카(영어)도 1년 연장했는데, 하반기부터는 많이 못 하고 있다.
애플 뮤직
Clancy가 발매된 덕분에 1년 내내 귀가 즐거웠다.
Raycast

macOS에서 Spotlight을 떠나 Raycast를 선택한 이유
2025년은?
2023년 돌아보기에서는 2024년이 학교를 마지막으로 다니는 해가 될 것 같다고 적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일정이 예상한 대로 굴러가도록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졸업
- 정확히는, 원할 때 졸업할 수 있는 상태(수료)가 되기
- 무작정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운 계획은 전혀 없음)
- 내 opinion이 묻어난 디자인 시스템 만들기
- 문화 생활
- 약간의 디지털 디톡스
- 온라인 네트워킹을 위해 엔지니어로서의 아이덴티티 만들기
- 일단 Bluesky 계정을 새로 하나 팠다.
- 더 잘 말하고 더 잘 글 쓰기
- 장기적인 계획 세우는 사람 되기
- 온라인에서 불호 의견을 제시할 때 말조심하기
- 뭐든 1인분 하기
이제 시작이다. 화이팅